자본주의 세상에서 인공지능에게 상대 우위를 잃어버린 인간의 가치 상실은 무엇으로 이어지는가.

감히 앞으로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만약 진짜 강인공지능이 나왔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인공지능이든, 인간이든, 그것이 지성체라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터다. 측정없이 입자의 위치를 확정할 수 없듯, 인공지능 역시 모종의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관련한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스스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지만 ‘인간’에 대한 정보만큼은 인간의 존재 없이 성립하지 않는다. 예컨대, 인공지능의 목표가 인간의 배제이든, 번영이든, 혹은 통제이든 간에, 그는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판단의 정확성을 높이려 할 것이다. 결국, 인간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이 쓴 글을,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이 쓴 시와 극본을,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위해 각종 유전 정보와 삶의 모습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겠지. 그러므로, 나는 감히 생각한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대다수의 노동이 가진 가치를 상실 시킬 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란,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한 데이터 생산일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흔적을 남긴다.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밝은 면, 어두운 면, 흘러내리는 기억들을 모아서.